보다2009/02/02 15:35

후타츠메 라쿠고가 콘쟈쿠테이 미츠바는 입문 8년째, 이거다 싶은 것도 없이 스승의 흉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만의 라쿠고를 찾으려고 골몰하는 나날, 그에게 라쿠고를 가르쳐 달라고 모여든 사람들이 있었으니,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으로 남자친구와 헤어진 토오카와, 칸사이 사투리를 반에서 놀림당하는 초등학생 무라바야시, 왕년에는 한 성질 하는 대타 선수였으나 야구 해설을 하려고 하면 입도 뻥끗 못 하는 유가와라. 세 사람은 청산유수처럼 떠들어대는 라쿠고라도 하나 외워두면 말하는 법도 자연히 터득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고, <화법 교실>이 아닌 <라쿠고 교실>을 시작한다.

라쿠고(落語)는 일본 전통 예능의 한가지로, 오직 한 사람의 몸짓과 연기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만담의 일종이다. 쇼와 시대부터 시작된 '신작'이나 창작 라쿠고가 아닌, 고전 라쿠고는 가짓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라쿠고 애호가라면 도입부의 곁가지 이야기만 듣고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측하고 추임새를 넣곤 한다. 그렇게 아는 이야기라도 몇 번이고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서 판이해지기 때문. 결국, 라쿠고가의 '입심'에 이야기가 재미있는가, 시시한가가 판가름난다. 그러나 라쿠고가라고 항상 능변인 것은 아니다. 미츠바의 스승 고삼몬이 폭로한 것처럼 '라쿠고가 아니면 한마디도 못하는' 라쿠고가도 있는 법. 혼자 떠들어야 하는 라쿠고 한두 가지쯤 외워서 할 줄 안다고 해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길러질 리 만무하다. 사실 라쿠고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쯤은, 당사자 셋이 더 잘 알고 있다. 셋, 아니 미츠바까지 포함해 넷의 문제는 얼핏 보면 '말'의 문제로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말을 통한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다. 네 사람이 말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말주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진심을 담아 '소통'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터 고삼몬은 미츠바의 태도를 지적한다. '상대방이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 없이 떠들어 봐야 말 안 한 것과 같다.', '그냥 말하고 싶을 뿐이면 벽에라도 대고 지껄여라' 지당하신 말씀.

초등학생 아이도 한 명 섞여 있긴 하지만, 결국은 다 큰 어른들의 성장 스토리에 다름없는 영화는, 마찬가지로 성장 소설인「한순간의 바람이 되어라(一瞬の風になれ)」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사토 타카코(佐藤多佳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과는 다른 설정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오지만 크게 어색하지 않고 대부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경점이라면 역시 라쿠고 교실을 여는데 누구보다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미츠바의 사촌 동생 '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유가와라와 미묘한 대립을 보이는 역할이지만 막상 굵직한 에피소드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인원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적절한 변경이리라. 다만, 곱상한 스포츠맨 타입으로 묘사되는 미소년인만큼 영화에도 등장했다면 여성 관객의 눈을 보다 즐겁게 해주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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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t lag